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이 가장 잘 드러난 영화가 뭐냐고 한다면,
난 이 에쿠우스를 꼽겠다.
(물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이 드러난 영화가 뭐냐고 한다면
세상 모든 영화의 반절 정도라고 하겠다)
이 영화는 실제 하룻밤 새 일곱 마리 말의 눈을 찌른 소년의 실화를 듣고
저 유명한 아마데우스를 쓰신 피터 쉐퍼라는 극작가가 쓴 희곡을 토대로 한 연극에서 비롯되었다.
연극의 영화화, 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로 각색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사실 난 연극을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감으로 그럴 것 같다-.-)
영화의 주인공들인 다이사트 - 이 이름은 이 작품 말고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다 - 박사와 앨런도 모두 에쿠우스 초연 당시 배우들을 그대로 기용하였다.
이 영화를 EBS에서 접하던 날,
나는 빠져들듯 영화에 몰두했다.
정신분석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 따라서 무의식적인 갈등이 참 많은 - 나에게 이 영화는 굉장한 매력이었다.
배우들 연기 당연히 미칠 듯 하고(리처드 버튼... 언젠가 '버지니아 울프..'도 리뷰해 주겠어!!!),
흔히 연극의 영화화가 가져오는 답답함도 핵심적 장면의 좋은 상징적 연출 덕분에 많이 상쇄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극 자체의 줄거리가 흡입력이 있다.
단편적인 줄거리를 대충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이것을 종합하는 것은 아직 좀 겁난다.
마굿간에서 성실히 일하던 청년 앨런은 어느날 밤 말 일곱마리의 눈을 찌른 범행을 저지른다.
판사는 이 아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보고 친구인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 박사에게 의뢰한다.
앨런은 CM송을 부르는 등 자폐적 증상을 보일 정도로 심각하게 대인관계 및 자아가 손상되어 있다.
다이사트 박사는 그의 가족을 방문하고, 최면을 통해 앨런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서서히 그런 행동의 근원을 찾아간다.
앨런의 집안은 신경증 집안이다. 모든 것이 깨질 듯,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태도다.
어머니는 기독교 광신자, 아버지는 소심하면서 억눌려있다.
민감한 감수성을 지닌 앨런은 이러한 거칠은 부모 밑에서 이런저런 정서적 상처를 입는다.
이러한 무력한 그가 단 하나 빠져드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말이었다.
어렸을 때 말을 처음 타보고, 그 자유로움, 생동감, 원초적인 힘 등에 반해 버린 것이다.
이후로 그는 어머니가 강조하는 '핍박을 받은 예수'와 '재갈이 물린 말'을 동일시하고,
또한 어머니의 교조적 태도로 인해 성적인 욕망이 억압된 자신의 처지도 그런 말에 동일시한다.
그런 그가 마굿간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이후 그는 일주일에 두어번 몰래 한밤중에 말을 타고 나가 자신만의 의식을 치른다....
헥헥.. 아 쓰다보니 참, 길다.
앨런의 고민도 있는가 하면, 다이사트의 고민도 만만치 않다.
이 사람은 정신분석 기법을 통해 소위 마음의 병이 있는 '환자'를 치료하는 입장에 있는데,
자꾸 꿈을 꾼다.
꿈인 즉슨, 자신이 어떤 고대 그리스 제사장인데
어린애들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의 한가운데에 있다.
자신은 어린애들이 제단 위에 올려지면 그애들의 배를 갈라 내장을 흩뿌리고,
그 모양을 토대로 점을 치는 사람이었다.
근데 그런 자신에 대해 '이건 해선 안될 짓이다'라는 생각을 가지지만 그 생각을 내비쳤다간
죽기 때문에 애써 감춘다. 다행히 가면을 써서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표정을 옆 간수가 발견하면서 꿈은 끝난다.
다이사트는 아이들을 소위 '정상인'처럼 만드는 데 심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평범한 인간으로 만드는 치료란 곧 개성을 몰살시키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 아이를 치료하면, 이 아이의 독특한 아름다움, 말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 그 의식,
이런 것이 전부 없어지는 것 아닌가,에 대한 죄책감이 심하다.
다이사트의 이런 시각은 매우 독특하다.
대부분의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는 이런 생각을 별로 안해볼 것이다.
소수의 예, 즉 틱 증상을 치료하니 재즈 드러머 특유의 improvization을 잃더라... 하는 정도가 있겠다(from 올리버 색스).
처음엔 다이사트의 생각도 일리가 있어서 참 고민했는데,
생각해 본 결과 다이사트의 생각은 정신분석과 심리치료가 실제로 어떤 건지 잘 모르고
피터 쉐퍼가 스스로의 문학적 상상의 나래를 편 것이라 결론내렸다.
내 생각엔 다이사트의 생각은 플라톤의 이데아적인 미학을 기준으로 삼고 있고, 휴머니즘을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
하지만 보통 정말 심리상담가나 정신과 의사를 찾을 정도의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심한 심리적 고통을 겪는다.
예술에 조예가 깊은 다이사트의 입장에선 예술적 '엣지'를 잃는다는 면이 좀 안타깝기도 하겠지만,
그것을 그 사람의 개성 자체가 없어진다는 것으로 생각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예술적 '엣지'가 없어도, 그 사람의 개성은 존재한다.
그리고 정신과 의사 및 심리상담가는 일단 당사자가 '행복'하게 살게끔 하는 것이 의무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다이사트는 매너리즘에 빠진 정신과 의사가 한때 잘못된 생각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영화에서도 심리에 대한 날카로운 센스는 있지만 지치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
아직 말을 왜 찔렀는지는 들어가지도 못했네...-.-
그만큼 정신분석적으로는 풍부한 영화다.
그것이 비록 프로이트의 정설을 따르진 않았어도, 또 가끔 오류가 있긴 해도 말이다.
사실 프로이트의 가장 유명한 사례 중 하나가 '어린 한스'에 대한 이야기다.
어릴 적 말에 대해 일종의 동경심을 갖게 된 한스라는 가명을 가진 소년에 대한 사례인데,
피터 쉐퍼는 이 두 사건을 굉장히 훌륭하고 상징이 풍부한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었다.
연극은 더 심하다던데,
영화의 대사는 좀 어려운 편이다(부분부분이고, 전체적 내용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는 어려움은 없다).
프로이트는 절대로 그런 어려운 단어로 책을 쓴 적이 없다.
그 점에 있어서 좀 감점이다.
PS. 에쿠우스 연극의 출연진 얘기도 한 토막 차지할 만하다. 우리나라 연극에선 남자 신예들은 앨런 역을 맡는 것이
자랑스러워 할 만한 경력이고, 다니엘 래드클리프(해리 포터)도 얼마 전 나체 연기로 이슈가 된 적이 있는데
바로 이 연극에서다. 당시 언론에서 '나체 연기'만 강조했지 그 연극이 유명한 '에쿠우스'라는 것을 알려준 기사가
없었는데, 나중에 알고 나서 어쩌면 그걸 빼먹을 수 있을까=.=하고 많이 놀랐었다.
난 이 에쿠우스를 꼽겠다.
(물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이 드러난 영화가 뭐냐고 한다면
세상 모든 영화의 반절 정도라고 하겠다)
이 영화는 실제 하룻밤 새 일곱 마리 말의 눈을 찌른 소년의 실화를 듣고
저 유명한 아마데우스를 쓰신 피터 쉐퍼라는 극작가가 쓴 희곡을 토대로 한 연극에서 비롯되었다.
연극의 영화화, 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로 각색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사실 난 연극을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감으로 그럴 것 같다-.-)
영화의 주인공들인 다이사트 - 이 이름은 이 작품 말고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다 - 박사와 앨런도 모두 에쿠우스 초연 당시 배우들을 그대로 기용하였다.
이 영화를 EBS에서 접하던 날,
나는 빠져들듯 영화에 몰두했다.
정신분석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 따라서 무의식적인 갈등이 참 많은 - 나에게 이 영화는 굉장한 매력이었다.
배우들 연기 당연히 미칠 듯 하고(리처드 버튼... 언젠가 '버지니아 울프..'도 리뷰해 주겠어!!!),
흔히 연극의 영화화가 가져오는 답답함도 핵심적 장면의 좋은 상징적 연출 덕분에 많이 상쇄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극 자체의 줄거리가 흡입력이 있다.
단편적인 줄거리를 대충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이것을 종합하는 것은 아직 좀 겁난다.
마굿간에서 성실히 일하던 청년 앨런은 어느날 밤 말 일곱마리의 눈을 찌른 범행을 저지른다.
판사는 이 아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보고 친구인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 박사에게 의뢰한다.
앨런은 CM송을 부르는 등 자폐적 증상을 보일 정도로 심각하게 대인관계 및 자아가 손상되어 있다.
다이사트 박사는 그의 가족을 방문하고, 최면을 통해 앨런의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서서히 그런 행동의 근원을 찾아간다.
앨런의 집안은 신경증 집안이다. 모든 것이 깨질 듯,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태도다.
어머니는 기독교 광신자, 아버지는 소심하면서 억눌려있다.
민감한 감수성을 지닌 앨런은 이러한 거칠은 부모 밑에서 이런저런 정서적 상처를 입는다.
이러한 무력한 그가 단 하나 빠져드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말이었다.
어렸을 때 말을 처음 타보고, 그 자유로움, 생동감, 원초적인 힘 등에 반해 버린 것이다.
이후로 그는 어머니가 강조하는 '핍박을 받은 예수'와 '재갈이 물린 말'을 동일시하고,
또한 어머니의 교조적 태도로 인해 성적인 욕망이 억압된 자신의 처지도 그런 말에 동일시한다.
그런 그가 마굿간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이후 그는 일주일에 두어번 몰래 한밤중에 말을 타고 나가 자신만의 의식을 치른다....
헥헥.. 아 쓰다보니 참, 길다.
앨런의 고민도 있는가 하면, 다이사트의 고민도 만만치 않다.
이 사람은 정신분석 기법을 통해 소위 마음의 병이 있는 '환자'를 치료하는 입장에 있는데,
자꾸 꿈을 꾼다.
꿈인 즉슨, 자신이 어떤 고대 그리스 제사장인데
어린애들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의 한가운데에 있다.
자신은 어린애들이 제단 위에 올려지면 그애들의 배를 갈라 내장을 흩뿌리고,
그 모양을 토대로 점을 치는 사람이었다.
근데 그런 자신에 대해 '이건 해선 안될 짓이다'라는 생각을 가지지만 그 생각을 내비쳤다간
죽기 때문에 애써 감춘다. 다행히 가면을 써서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표정을 옆 간수가 발견하면서 꿈은 끝난다.
다이사트는 아이들을 소위 '정상인'처럼 만드는 데 심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평범한 인간으로 만드는 치료란 곧 개성을 몰살시키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 아이를 치료하면, 이 아이의 독특한 아름다움, 말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 그 의식,
이런 것이 전부 없어지는 것 아닌가,에 대한 죄책감이 심하다.
다이사트의 이런 시각은 매우 독특하다.
대부분의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는 이런 생각을 별로 안해볼 것이다.
소수의 예, 즉 틱 증상을 치료하니 재즈 드러머 특유의 improvization을 잃더라... 하는 정도가 있겠다(from 올리버 색스).
처음엔 다이사트의 생각도 일리가 있어서 참 고민했는데,
생각해 본 결과 다이사트의 생각은 정신분석과 심리치료가 실제로 어떤 건지 잘 모르고
피터 쉐퍼가 스스로의 문학적 상상의 나래를 편 것이라 결론내렸다.
내 생각엔 다이사트의 생각은 플라톤의 이데아적인 미학을 기준으로 삼고 있고, 휴머니즘을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
하지만 보통 정말 심리상담가나 정신과 의사를 찾을 정도의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심한 심리적 고통을 겪는다.
예술에 조예가 깊은 다이사트의 입장에선 예술적 '엣지'를 잃는다는 면이 좀 안타깝기도 하겠지만,
그것을 그 사람의 개성 자체가 없어진다는 것으로 생각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예술적 '엣지'가 없어도, 그 사람의 개성은 존재한다.
그리고 정신과 의사 및 심리상담가는 일단 당사자가 '행복'하게 살게끔 하는 것이 의무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다이사트는 매너리즘에 빠진 정신과 의사가 한때 잘못된 생각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영화에서도 심리에 대한 날카로운 센스는 있지만 지치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
아직 말을 왜 찔렀는지는 들어가지도 못했네...-.-
그만큼 정신분석적으로는 풍부한 영화다.
그것이 비록 프로이트의 정설을 따르진 않았어도, 또 가끔 오류가 있긴 해도 말이다.
사실 프로이트의 가장 유명한 사례 중 하나가 '어린 한스'에 대한 이야기다.
어릴 적 말에 대해 일종의 동경심을 갖게 된 한스라는 가명을 가진 소년에 대한 사례인데,
피터 쉐퍼는 이 두 사건을 굉장히 훌륭하고 상징이 풍부한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었다.
연극은 더 심하다던데,
영화의 대사는 좀 어려운 편이다(부분부분이고, 전체적 내용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는 어려움은 없다).
프로이트는 절대로 그런 어려운 단어로 책을 쓴 적이 없다.
그 점에 있어서 좀 감점이다.
PS. 에쿠우스 연극의 출연진 얘기도 한 토막 차지할 만하다. 우리나라 연극에선 남자 신예들은 앨런 역을 맡는 것이
자랑스러워 할 만한 경력이고, 다니엘 래드클리프(해리 포터)도 얼마 전 나체 연기로 이슈가 된 적이 있는데
바로 이 연극에서다. 당시 언론에서 '나체 연기'만 강조했지 그 연극이 유명한 '에쿠우스'라는 것을 알려준 기사가
없었는데, 나중에 알고 나서 어쩌면 그걸 빼먹을 수 있을까=.=하고 많이 놀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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