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걸은 길 my so-called life

총 따져보면 9~10키로 정도된 것 같다.
오전 11시부터 저녁 6시까지.

좀 심한 평발이라 오래 걸을 때 발목이 말그대로 '뽀사질 것 같은' 고통이 온다.
그런데 어젠 그럭저럭 선방했다.
보폭도 짧게, 느릿느릿, 할머니처럼 걸어서 그런가보다.

동대문역 1번출구가 막혀 2번출구에서 나와 성곽길 진입로로 가야했다.
생전 처음 보는 동네.
이렇게 높이, 허름한 집에 사는 불편이 크겠지만,
도심의 전망이 이렇게 탁트이게 한눈에 보이는 곳이 있을까 싶었다. 정말 대박이었다.
비올 때, 천둥칠 때, 눈올 때... 각각의 전망은 어떨까...
밤의 야경은 어떨까?!?! 날잡아 꼭 밤에 와보고 싶었다.
거기다 옹기종기 옛날 집이 주는 푸근함...
공원에 평상도 있어서 한여름에 나와 동네주민끼리 뭐도 구워먹고 이런 건 아닐까...
마구 상상의 나랠 펼쳐보았다.

좀 걷다보니 혜화동 나오고..
밥 때가 됐는데, 혜화동이 나오니 참 적절한 타이밍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 아침부터 왠지 옛날 '경양식집'이라고 하는 데서 나오는 스프+함박스텍+빵이요 밥이요 콤보가 먹고 싶어졌다.
나 왜이리 추억에 굶주려있지ㅠㅠ

그런데 얼마 안가 아줌마가 나눠주는 찌라시를 받았는데 뙇!!! 그메뉴들이 있는 거다.
신기해하면서 들어갔는데 작은 캐주얼한 식당...
메뉴판엔 참 맛있어보였는데 나온 것은 많이 빈약했다ㅠㅠㅠ 싼맛이지뭐.... 그래도 스프+함박스텍+모닝롤 콤보는 먹었다. 헤헤.

저쪽 구석에 왠 양복 중년 아자씨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 계산하면서 흘끗 보니 테이블 위에 '지역구 의원 선거'어쩌고 하는 종이 다발이 있었다.
아저씨들도 흘끔 보니 금뱃지에 양복, 쫙뒤로 넘긴 머리...
왜 모양없이 이런 데서 모이실까, 생각을 뒤로 하고..

경복궁 근처 류가헌 이란 갤러리에서 사진전시회를 한단 소식을 들어서
그쪽으로 발걸음 옮김...
창경궁은 별로 인기가 없었는데 경복궁은 바글바글.... 그래, 창경궁은 그닥 이쁘진 않았다. 기억에.

통의동에 있는 류가헌 근처에 가니 뭔 아티스틱한 거리였다. 의외로...
갤러리들은 작은데 비싼 차들이 가끔 세워져 있기도 하고.
들어본 작가인 김창열이나 거 땡땡이 무늬로 유명한 한 일본 작가 전시회도 하고...

류가헌 사진전은 괜찮았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류가헌이라는 장소가 아~~~주 정갈하고 깔끔했다. 옥의 티도 없어, 어떻게...
무시무시한 주인인 거 같았다.
하지만 나그네가 쉬기엔 정말 편한 장소였다...

다시 길을 나서서 배화여자대학교쪽 골목길로 가다보니 먹자 골목이 대뜸 나오는데
이름이 뭐랬더라... 암튼 XX 먹자 골목이었다. 와, 진짜 내 취향...
빈대떡, 족발 등 한식 안주류라든지 한식 맛집들이 늘어서 있는 곳이었다.
저녁되면 왁자~한 분위기가 최고일 듯.... 나중에 꼭 와봐야지.
.. 아 지금 다시 맵으로 봤는데 전혀 그 이름이 생각안나네ㅠㅠ

사실 오늘의 목표는 독립문이었다.
아침에 걷다보니, 독립문을 제대로 본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독립문까지의 길은 무난했다..

간김에 서대문 형무소까지 관람했다.
날이 저물어가고 발이 너무 아팠지만 그래도...
힘들기도 하고 너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사실 그리 큰 감흥은 없었다.
지하1층 고문실이나 감방 등을 보면서 많이 오싹... 하긴 했다.
난방도 하지 않아 더욱 한기가 돌았다. 일부러 그런 것일까...
격벽뭐라고 하는 운동하게 되어 있는 것이나, 형무소 야외 등은 나중에 다시 찾을 기회가 있을 때
좀더 여유롭게 보고 싶긴했다.

형무소를 끝으로 걷기 여행 끝...
독립문에는 정말 먹을 데가 없긴 했는데 시장으로 갈까, 하다가 근처 페리카나 치킨에서 치맥 먹고 귀가...

나의 개발인 평발로 10키로까지 걸었다니,
놀라웠다.

덧글

  • 분발하자 2013/03/29 19:48 # 삭제 답글

    역시 서울이 좋아요. 저는 가회동과 삼청동 일대를 한번 걸어보고 싶더라고요. 지도상으로는 헌법재판소와 정독도서관 그리고 삼청동 주민센터요. 오래전에 가봐서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동네는 특이하게 아파트가 안보여서 좋아요. 전 강남이 황폐화되어가고 있는게 고급주택이 다 허물어지고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 sid 2013/03/30 14:41 #

    저도 삼청동 몇번 걸어보긴 했는데 대저택..이라 할 수 있는 집들 담장이 너무 높아 벽만 한참 구경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도 제가 사는 신도시의 거대한 주상복합 건물들의 쓸쓸함엔 비하지 못한다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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