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 체르노빌 - 포풍시청 by sid

일단 무뚝뚝한 분위기가 아주 마음에 든다.
귀가 아프도록 틀어대는 웅장한 음악과 최대한 튀고 드라마틱하게 보이려는 연출이 거의 없어서 좋다.
목격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인 사건이라 차라리 별다른 연출 없는 게 적절한 듯.

이런 말도 안되는 게 빵 터졌을 때 해당 발전소, 해당 지역 , 관련 연구 기관, 지도부가 어떻게 대처하고 상호작용하는지, 
개개인이나 조직이 어떤 결정과 대처를 하는지 오바하지 않고 담담하게 보여준다.

평소엔 연구실에 틀어박혀 연구만 하던 물리학 교수나 연구원 같은 사람들이 
아-무도 실체를 모르고 어떻게 죽어나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침착하고 신속하게 대처해나간다.

핵이 터지면 사람이 어떻게 맛이 가는지,
핵기술이 일반인의 상식으로 이해하기엔 얼마나 아득한 기술인지 알게 되고,

끝까지 괜찮다고 허풍치다 한순간 아오지 탄광 행이 되는 간사한 놈,
까라면 까야되는 분위기 등이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다.

특히 정말 별일없을 때 느슨해지기 쉬운 감지기 관리소?에서 
갑자기 지직지직하며 뭐가 반응하며 나온 종이에 쓰인 방사성 원소 이름인가를 딱 보고 
이거 어디서 얼마만큼 터진 건데, 하며 해당 지역에 즉각 연락해보는 장면이 맘에 들었다.
저 연구원은 제대로구나.

일단 틀면 기냥 포풍시청하게 되는데 
동시에 아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마성의 드라마.

ps 
내가 좋아하는 스카스가드 아저씨가 말년에 또 이렇게 멋있는 역으로 나오니 기분이 좋다.
<레드 드래곤>에서 왕방울만한 눈이 인상적이었던 에밀리 왓슨 언니도 이런 역으로 다시 만나니 또 멋있다.

---
관련 정보 ;

각본가가 누군가 했는데 뭔 행오버나 그런 가벼운 류 만든 사람이다;;
감독은 뮤비나 광고에서 알아주는 사람인 듯. 막상 영상을 보면 그런가? 싶을 정도로 음울하고 가라앉은 느낌.

위키에서 보니, 내용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Svetlana Alexievich 라고, 
탐사보도 전문 언론인 출신. 그리고 oral historian. 구술 역사가 쯤 되려나.
2015 노벨 문학상 받은 분이고 이분이 쓴 <체르노빌의 목소리(Voices from Chernobyl)>에 많은 부분 의거했다고 한다.

당시 수상 관련 울나라 기사 참고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510082148821263

원저는 1997년 출간됐는데 미국에서는 2005년, 영국에서는 2016년 등 다른 국가에선 상당히 늦게 번역되었다.
영국은 노벨상 소식 듣고나서야 출간한 느낌이.

막상 드라마 자체는 드라이한데 인터넷 검색하다 잠깐씩 마주치는 이분의 글은 
'polyphonic writings'라고 다수가 가지고 있는 기억의 단면을 구술한 거의 그대로 조각조각 가져온 느낌이..
그걸로 상을 받았다고는 하는데. 

나도 구술사를 좋아하긴 하는데, 
어떤 서민, 보통 사람의 말에서 보여지는 그런 구수하고 일상적인 맛이라기보다는..
글의 느낌이 상당히 시적이고 감성적, 서정적, 인상적이다. 

이 대목에서 소설 <월드워 Z>(2006)가 생각나는데...
이또한 부제가 An Oral History of the Zombie War로 되어 있다.
(지금보니 놀랍게도 저자가 맥스 브룩스란 사람인데 멜 브룩스와 앤 뱅크로프트 (부부였구나) 아들이네. 
웨스트포인트 현대전 연구소 강사로 일하고 있다고(오오))
이 책에서도 다양한 배경의 인물들의 말을 가져온게 또 재미라고들 했는데.

암튼 책의 감성과 드라마의 감성이 많이 다른데, 
ep04에 와서야 아 그 책에서 가져온 것 같다, 하는 대사들이 좀 보인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