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김밥 만들어본 이야기 by sid

 


김밥을 무척 좋아한다. 김가네 김밥이나 요즘 나오는 프리미엄 김밥스럽게 뚱뚱~한 김밥 좋아하고 참치 김밥 좋아한다. 그런데 소싯적 참치 김밥 하나 만드느라 기진맥진했던 기억 이후론... 만들어볼 엄두를 못낸 지가 어언 20년. 그러나 최근 변변한 김밥집 하나 없는 척박한 환경에 노출되어 어쩔 수 없이(그리고 왠지 재밌을 거 같아) 직접 만들어보기로. 현재 약 1주에 거쳐 5차 도전까지 마친 시점이다. 

이후 보름 정도 쉰 뒤 6차까지 시도.


[계획]


1차 때는 지난 20여 년간 축적된 김밥 만들기에 대한 판타지 & 그동안 먹어온 김밥들에 대한 기억의 하중이 뇌를 압박하여 홀린 듯 김을 반으로 자른 ‘반김밥’을 생각해 내고 ‘6종 샘플러’를 만들었다. 반김밥 6개, 3줄이니깐 양도 딱 적당했고. 1차 때 종류는 1) 분홍 소시지 들어간 플레인 – 1, 2) 멸치, 참치, 치즈 대표 3종 – 3, 3) 올리브유에 볶은 마늘 – 1, 4) 계란, 오이 들어간 초밥 – 1, 이렇게 총 6개. 개인적으로 제일 기대했던 건 올리브 마늘... 잘되면 상품화하자고 속으로 김칫국 쭈욱 한번 들이켜기도.


2차 지나서는 도전의 기세가 크게 꺾였다. 2차엔 단무지에 딸려온 우엉 넣어보았고, 3차부터는 소세지 빼는 대신 오이 추가하고 당근 볶는 거 생략해서 간소화 된 야채김밥. 5차 땐 시금치 뺀 대신 남은 타코 속 재료인 볶은 고기와 과카몰리를 넣은 일명 타코 김밥을 만들어 봄.

6차 땐 조금 쉬고 나서 그런지 뭔가 속도감이 붙은 느낌? 처음으로 반김밥이 아닌 본래 길이의 김밥을 만들어 봄. 

 

[사전 정보]


김밥 속을 얹는 걸 잘 몰라서 인터넷과 유튜브를 참고했다. 밥은 알갱이 고르게 펴고, 재료는 아주 끝이 아닌 끝에서 1/3 위치 정도에 ‘쌓듯이’ 얹고, 말고 나서 밑을 아래로 둬서 저절로 붙게 한다는 것 등을 알게 되었다. 근데 김밥집 이모들의 솜씨를 담은 영상이나 노하우가 담긴 글을 못 찾아 영 아쉽....


[재료준비]


1차 땐 워낙 재료가 많아 헷갈리니까 재료와 과정을 먼저 종이에 써놓고 보고 했다. 그릇배치도 먼저 대충 생각해보았다.


마늘, 참치, 분홍소시지, 시금치, 당근, 김, 김밥용 단무지는 마트에서 구입했고(어머 저사람 김밥 할 건가봐) 나머지는 대충 집에 있었다. 김과 단무지 종류가 의외로 꽤 많았는데 1차 때는 과거 먹어봤는데 괜찮았던 롯데 알뜰 소세지, 소와나무 클래식 체다치즈, 성경표 김, 비타 단무지를 골랐다. 이후 단무지는 우엉 딸린 거, 하선정, 종가집 순으로 시도.


1차 때 야심차게 재료들을 준비하다 보니 어우씨... 깜놀.. 밥하는 거 까먹을 뻔 했다ㅎㄷㄷ


[분량]


4회차 정도 됐을 때 대충 나옴.

김밥 2줄에 오이, 당근 1/4개, 계란 1.5~2개, 시금치 숱많은 거로 7포기 내외.

말 때 올리는 재료는 채썬 당근, 오이, 계란 5~6가닥, 시금치 10가닥 내외.


다시 6회차 때 정리.

김밥 1줄에 밥 적당한 1공기, 당근 1/4개, 계란 1개, 시금치 숱 적당한 거로 4~5포기.


[조리]


* 1차~5차

1) 부치기

보통 프라이팬에 계란-소시지-당근 순, 미니 프라이팬에 마늘 볶음.

- 계란 부치기 : 소금, 미원 넣고 부침. 좀 식으면 채썰기.

- 소세지 : 반김밥 길이에 맞게 1/3토막 낸 길이에 5mm 남짓 굵기로 채썰어 부침

- 당근 : 역시 반김밥 길이에 맞게 반토막 내고 2mm 정도로 길게 채썰어 소금, 미원 넣고 부침

- 마늘 : 마늘 10쪽 정도 막~ 다진 다음 올리브유 넉넉히 넣고 소금 좀 넣고 노릿눅눅~해 질 때까지 볶음. 매운 맛 다 날리게 충~분히.


2) 나머지

- 밥 : 소금, 미원, 통깨 넣고 비빔.

- 참치 페이스트 : 참치 2/3캔 정도에 (근데 옛날에 비해 참치 맛이 좀 덜 담백해지고 비려진 듯한 나만의 느낌..) 후추, 소금, 마요 넣어 비빔. 마요네즈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서 깜놀. 그 와중에 살belly 생각해서 김밥집처럼 질척~한 수준까지는 차마 못하고 대충 참치색 + 허연색 반반될 때까지 짜 넣음.

- 시금치 : 데쳐서 쭉 짠 뒤 소금, 미원, 참기름 넣어 무침. 시금치 좋아해서 충분히.


* 6차

- 계란 부치고, 당근 굵게 4, 5줄기로 썰어 볶고, 시금치 데쳐 무치고, 밥 간 한다.

 

[결과]


1) 모양새 


1차는 전반적으로 좀 처참했다. 나름 ‘드라이 회오리 김밥’이라 이름 붙였는데, 한참 말다가 딱 보니 그동안 만든 애들이 꼬리가 다 풀려 있어 작은 회오리들처럼 보였다...! 굵기도 제각각에 쭈굴쭈굴허니 김밥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면 먹기 싫을 정도로 못생겼다. 2차엔 좀 나아지고, 3, 4차 되니 나름 안정적인 모양이 나왔다.


 

          - 4차 때의 야채김밥 - 

2) 맛


전반적으로 간이 조금 약했다. 밥과 시금치 같은 간할 수 있는 것은 간 팍팍 하는 게 좋을 듯. 그리고 좀 너무 담백밋밋하달까? 종류별로는 1차 때 치즈와 마늘 김밥이 꽤 맛있었다. 2차 땐 단무지에 세트로 딸린 우엉 넣어봤는데 큰 여파는 없고. 3차부턴 힘들어서 당근 볶지 않고 기냥 쓰고 소세지 빼고 오이를 추가했다. 식감이 좀 변한 것 빼곤 무난. 5차 땐 저~번에 먹다 남은 타코 속(고기랑 과카몰리)이 있어 타코 김밥을 시도했는데 나쁘지 않았다.

6차 땐 시금치와 당근이 원하던 분량과 맛이라 만족.

 

               - 5차 때의 타코 김밥 -

              - 6차 때의 안정된 모양의 야채김밥 -

[시행착오를 통해 알게 된 요령들]


- 밥 : 밥이 안 말라야 김밥 끝이 붙는데, 1차 때 무슨 착각이었는지 약간 꼬들하게 해야지~ 하고 고두밥을 해놓고 거기다 미리 다 꺼내 간 해놓으니 느릿느릿 초보솜씨에 짜게 식어 잘 안 붙었다;;; 거기에 초보면 바람마저 조심. 날이 좋아 앞뒤 베란다 문 다~ 열고 맞바람 맞으며 김밥 마는데 밥에 김이 싹 빠져 꾸덕꾸덕 잘 말랐다. 그 이후론 1) 찰지게, 2) 문 닫고 그때그때 꺼내 간해서. 3) 간은 좀 쎄게. 4) 밥을 펼 때는 높이가 고르게 펴야 잘랐을 때 밥의 흰 부분 두께가 일정하게 잡혀 이쁘다.


- 김 : 김밥김이 약간 직사각형으로 생겨 3차 때까지 생각 없이 긴 쪽으로 말았는데 4차 때서야 짧은 쪽으로 마니 그게 더 편하고 모양도 좋았다. 즉 길게 마는 게 아니라 짧게 말기. 글고 손 뭐 묻기 전에 젤 먼저 김 먼저 꺼내기. 


- 간 : 시금치와 밥의 간은 짭조름할 정도로. 그래야 맛이 밍밍하지 않다.


- 칼 : 날이 잘 서 있어야 써는 맛이 있다.


- 데친 시금치 짤 땐 될 수 있는 대로 꼭 짠다. 적당히 짜니 말 때 김 사이로 물기가 삐질삐질 올라온다;;. 


- 단무지 : 새콤달콤 아삭한 단무지가 의외로 중요하단 걸 알았다. 1차 때 비타 단무지는 씹을 때 물컹하니 그닥. 2차 때는 우엉이랑 같이 있는 걸 샀는데 오우, 조미료 뒷맛이 너~무 쎘다. 3차 때는 하선정 단무지 샀는데 단무지만 먹어도 정말 희한하게 김밥의 풍미가 난다! 간도 적당 크기도 적당. 4차 땐 종가집 단무지 샀는데 굵은 크기가 딱 좋고 맛도 적당. 풍미는 하선정에 비해 살짝 떨어짐. 하선정 단무지는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라 6차 때는 2줄 넣었는데도 과하지 않았다.


- 당근은 아무래도 잘게 썰어주는 게 틈도 줄고 쌓기도 좋고 식감도 좋고 그랬던 것 같은데... 아니다. 굵게 썰어 볶은게 풍미가 더 사는 것 같다.


- 계란 : 적당히 썬다. 솜씨가 된다면 크게 한 토막 넣어도 될 걸 괜히 힘들여 잘게 썰었다.


- 김 : 성경표 김은 시커멓고 보라색 가깝다. 약간 김 비린내 날 듯 김 본연의 풍미를 자랑한다. 3차 도전 때 비비고 김으로 바꿨는데 김이 푸르스름하다. 조금 튼튼한 듯 하고 맛 차이는 잘 모르겠다.


[아직 가야할 길]


5차까지도 김밥 끝이 가끔 풀리고 끝에서 재료들이 빠지고 그랬는데 6차 때 되니 많이 안정됨. 근데 김가네 김밥처럼 실하고 두툼~한 김밥은 아직 잘 안되는 듯.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