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 심리상담소를 애용하자 by sid

아무리 사람이 괜찮고 아무리 뜻이 좋아도 상대에 대한 연민, 상황에 대한 융통성이 없으면 결국 상처받고 혼자가 된다, 는 교훈.

 

차도르 쓰고 나오는 중동이라 배경은 낯설지만 보통 사람들이 겪을만한 답답한 상황을 세밀하면서도 극적으로, 쉼 없이 촘촘히 보여준다.

 

상 받은 영화 좀 보고 싶어서 골랐는데 제목은 예전부터 알았지만 왠지 손이 안가다가 정말 안볼 거 같은 영화 어떤지 한 번 볼까 싶어서 봤다.

 

이란 영화는 처음인데, 이란 말 듣는 재미, 고상한 아름다움을 지닌 여주인공들 보는 재미가 있었다. 의외로 이란 말 발음이 뭔가 귀엽고 순한 느낌이라 신기. 격분해 싸우고 별거까지 들어간 부부인데도 싸울 때 말투들이 참 고상하다. 부부 사이 막말이나 인신공격 같은 게 없다. 극중 다혈질 블루칼라 아저씨조차 욕하고 저주하는데도 꽤 점잖게 들릴 정도니.

 

시작부터 부부가 서로 탓을 하는지라 고구마 좀 멕이고 들어가는데 이후로 시종일관 속마음은 저게 아닐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만든다.

 

주인공들의 가장 큰 패착은 애초에 부부상담을 했어야 할 일을 책임을 묻고 시비를 가리는 일로 착각하고 재판소를 찾아간 것이다. 심리상담 좀 받고 그랬구나~”I-message만 익혔어도 두 사람은 워낙 능력이 되고 괜찮은 사람들이라 애초의 갈등을 충분히 극복하고도 남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 심리상담소를 애용하자.

 

요즘 집중력이 짧아지기도 하고, 주인공들의 쉴 새 없는 항변에 피곤하기도 하고, 말이 빨라 잘 못 듣기도 해서 중간중간 멈춤으로 간간히 쉬며 보기도. 그런데 막판 10분을 남기고 결정적 순간이 확 닥쳐오는데 그때 나도 놀라서 정말 조마조마한 마음에 잠시 멈췄다가 보기도 했다. 그 외엔 영화는 크게 언짢거나 압박을 주지는 않는 편.

 

2011년 베를린 황금곰상을 받았다는데 음. 나쁘지 않은 영화지만 상을 받을 만한지는 잘 모르겠다. 은근히 잘 찍은 영화인가? 이 영화가 기억에 그렇게 오래 남을 것 같진 않은데.

 

주로 비좁은 실내 배경에 <대학살의 신> 수준으로 말이 빠르고 많으며 인물을 담지 않은 컷이 거의 없을 정도로 드라마 중심인 영화다. 부부싸움, 말싸움 하는 거 너무 막장스럽지 않게 적당히 잘 찍은 영화 없나 싶은 사람에게 추천.

 

근데... 그 도우미가 훔쳐갔다고 누명 쓴 그 돈은 진짜 어디간겨? 안 훔쳤는데 그런 거면 남자 정말 나빴다. 임신 사실 만큼 그 돈의 행방도 중요하게 봤는데 영화에서 설명이 안됐던 거 같은데?

아... 지금 찾아보니 씨민이 짐꾼들에게 돈 준 게 그거구나;;; 허이궁~


덧글

댓글 입력 영역